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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부활 덕분에 대중과 호흡하는 록 깨우쳤다"/ 한국일보 이소라 기자

태양미사 2017.05.27


김경호 “부활 덕분에 대중과 호흡하는 록 깨우쳤다"


                                         [나를 키운 8할은] 국내 1세대 헤비메탈 록 밴드 '부활'




http://www.hankookilbo.com/v/cc081e4f5a0f462193dc9081c0eb1093



등록 : 2017.05.27 04:40    수정 : 2017.05.27 04:40

가수 김경호는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예능프로그램에서 '국민 할매' 별명을 얻어가며 대중과 친숙해진 것이 음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덕션 이황 제공




중학생 시절 친구들은 오스트리아 밴드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를 들으며 춤판에 입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영국 밴드 레드 제플린, 딥 퍼플, 콰이어트 라이엇의 기타 소리가 더 좋았다. 막연하게 헤드뱅잉 퍼포먼스, 전자기타 속주의 화려함을 동경했다. 해외 헤비메탈 뮤지션들의 계보를 따져 가며 달달 외우고 있으면 ‘나만 아는 가수’라는 묘한 우월감이 생겼다. 어찌 보면 사춘기가 시작된 전남 순천 촌놈의 허세일 수도 있겠다.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관련된 자료를 찾거나 해당 분야 관련 일을 즐기는 것)을 하면 할수록 내 음악적 수준이 높아지는 듯한, 그 착각이 그때는 좋았다.


1986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그룹 부활이 정규 1집 앨범 ‘록 윌 네버 다이’로 데뷔했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정통 헤비메탈 음악이 도입되는구나’하는 생각에 짜릿하고 설렜다. 그해 부활 외에도 시나위, 백두산 등 헤비메탈 그룹을 표방한 가수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음악가가 대학로 소극장 공연 기회도 얻지 못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는 했다. 게다가 마니아적인 헤비메탈 장르를 지향했으니 음악시장에 도전하는 부활의 주머니 사정이 어땠을지 어렴풋이 짐작된다. 

 

부활은 정말 가난했던 모양이다. 멜로디나 기타 코드 진행을 보면 음악성은 뛰어난데, 녹음 상태가 안 좋았다. 잡음이 다 들어오는 공간에서 저가의 음향기기로 녹음해 연주가 탁하고 목소리도 텁텁하게 들렸다. 분홍색 배경의 앨범 재킷 디자인은 옛날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처럼 촌스러웠다. 투박한 결과물이었지만, 록 불모지에 첫발을 내딛는 형들의 의지는 야심찼던 것 같다. 앨범 제목을 ‘록은 죽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정하고 표지 우측 하단에 ‘정통 로크그룹 부활 골든 제 1집’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우리나라에 헤비메탈 음악을 도입하는 로커의 사명과 자부심이 엿보였다. 

 

실험적인 헤비메탈 음악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시나위와 달리 부활은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서정성 짙은 록발라드를 내세워 여성 팬을 끌어들였다. 내가 주목한 것은 ‘인형의 부활’ ‘사랑 아닌 친구’와 같은 하드록 스타일의 수록곡이었다. 기타리스트 김태원 형의 화려한 속주와 이승철 형의 거친 미성(‘인형의 부활’), 하드록에서 감성적인 연주로, 다시 하드록으로 한 곡에서 다양한 변조를 시도한 실험성(‘사랑 아닌 친구’)에 매료됐다. 나는 그 앨범을 워크맨에 끼워놓고 테이프가 다 늘어날 때까지 빼지 않았다. 

 

당시 음악평론가들은 부활의 음악에 냉담했다. ‘희야’가 대중적으로 히트했지만, 이들은 대중가수이지 정통 헤비메탈 밴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팬들 사이에선 ‘정통 록 밴드’ 수식어를 두고 누가 원조냐를 가리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난 부활이 록 밴드가 아니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특이하고 실험적인 소리, 격렬한 퍼포먼스만이 진정한 록의 정신일까? 아무리 창의적이라도 대중이 외면하는 음악은 만드는 의미가 없다. 실험적이면서 대중의 공감까지 사는 노래, 화려하지만 슬프고 강렬하지만 서정적인 정서, 김태원 형은 그런 음악을 잘했다. 

 

부활의 음악관은 내 음악 인생 23년 내내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높은 음역을 선보인 1994년 데뷔곡 ‘마지막 기도’가 상업적으로 실패하자 정규 2집 앨범 때는 생각을 바꿨다. 샤우팅 창법과 헤드뱅잉으로 록의 정체성은 살리면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결과는 88만장 앨범 판매 성적으로 돌아왔다. 이후 대중이 따라 부르기 좋은 노래, 부담 없이 들을 만한 음악으로 록을 대중화시키는 것이 일종의 사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부터 예능프로그램에도 활발하게 출연했고, 2003년 걸그룹 핑클의 ‘나우’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자존심을 버린 로커’ ‘변절자’라는 비판이 나왔고 한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했으나, 내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2011년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부활의 음악이 갖는 의미는 또 있다. 록 그룹이 꾸준히 사랑받는 히트곡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밴드가 해체했다 재결합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부활은 진득하게 자리를 지켰다. 정규 2집 이후 하드록의 색깔이 많이 빠지고 대중성은 더욱 짙어졌으나 부활이 헤비메탈의 도입을 이끌었던 개척자이고, 이들의 음악적 근간이 록임을 부인하는 가수는 없을 것이다. 부활은 김종서, 이승철, 박완규, 정단, 정동하 등 걸출한 가수들을 배출한 ‘보컬리스트계의 사관학교’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도 김태원 형이 보컬 복이 참 많은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록 가수의 푸념일 수 있겠으나 요즘 록 음악을 하는 후배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세련되고 감각적이지만 무게감이 없다. 댄스 음악의 리듬을 쪼개 트렌드에 따른 소리를 만들어 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라져버리는 음악이다. 노래 중간 전자기타의 애드리브를 넣는다든가, 샤우팅 창법을 녹이는 등 헤비메탈 록 특유의 맛이 사라져 버린 것도 아쉽다. 

 

시간이 흘렀고 유행도 빠르게 변하는데 내가 하는 음악을 젊은 친구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도 빠르게 소진되는 음악으로 활동을 고민 중인 후배 로커들에게 부활의 정규 1집 앨범을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1집 앨범 전곡을 다 듣고 나면 부활의 ‘희야’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 2004년 히트한 ‘네버 엔딩 스토리’의 근간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들을 수 없는 이승철 형의 거친 창법을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다. 

 

<김경호의 구술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정리=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2002년 활동 당시의 부활 멤버들. 리더 김태원(왼쪽 두번째)은 1986년부터 30년 넘게 그룹을 이끌어 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덧글수 1 
  • 힘들어도언제나화이팅2017.05.31 15:12
    김태원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오빠말에 공감한다.
    나도 부활을 들으며 락에 입문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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